중국 언론보도를 통해 살펴본

한한령(限韩令)과 우리의 대응 방안

 

주민욱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흔들리는 중국 내 한류 문화

  최근 한국의 중국 관련 언론보도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한한령(限韩令)이다. 이는 다양한 한국 문화사업에 대한 중국 내 수익활동 제한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재는 한국 경제산업의 대(對)중국 무역활동에 대한 제한 또는 금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 및 다양한 문화 콘텐츠(contents) 수출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으며, 화장품, 휴대폰, 자동차, 의료(성형)관광 등 한류와 함께 성장하던 산업들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 실제 중국 대륙에 한한령이 실시된 이후-물론 중국 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중국 대륙 내 한국 연예인 활동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 연예인으로 대표되던 주요 기업들의 광고모델(广告代言)은 중국인 혹은 영미권 유명인으로 교체되고 있고, 중국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역시 새로운 인물로 바뀌고 있다(戏剧换角). 이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 중이던 이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설사 방송에 출연한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편집되거나(画面剪片), 정면이 아닌 측면 혹은 배경화면(侧面和背影) 심지어 모자이크 처리(马赛克处理)되는 실정이다.

  한중(韓中) 합작영화는 또 어떠한가? 한국에서 드라마 한 편이 성공하면, 당연히 남녀 주인공이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되어 있다. 이들이 기존에 출연했던 각종 드라마와 영화는 문화콘텐츠 수출업자들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중국의 영화산업 관계자는 이들의 유명세를 활용하여 영화제작에 열을 올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중 합작영화를 비교적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한령이 실시된 이후 이들 남녀 주인공에 대한 중국 내 수요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이들에 대한 주인공 교체 작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소위 한한령 주위보가 발동된 한국의 주요 드라마와 한국 배우들 명단이 떠돌고 있다. 이곳에는 총 53부의 한국 드라마(共53部戏)와 42명의 유명 배우들(42个韩星)이 적혀있다. 그 범위는 과거의 이영애부터 현재의 전지현, 송중기까지 모두 포괄하고 있다.


  중국 내 현실화 된 한한령

  이쯤 되면 한한령이 단순한 풍문이 아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현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점은 이러한 한류 문화에 대한 중국의 태도변화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한한령으로 인해 기존 유지되던 한중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호 협력 방식 그리고 관련 산업 모두 상당한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연예인, 위성TV,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심지어 관련 로열티 산업 역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과 판로를 찾아내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의 각종 변화들은 단지 시작에 불과함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限韩令下,中韩娱乐产业原有的互动方式和整个产业链条势必都将自此发生天翻地覆的变化。韩娱产业、韩国艺人、卫视及视频网站平台甚至连品牌商,都要开始找寻新的对策和出路,而以上的种种变化还只是开始 (2016年 11月 19日, 参考消息)。’



  이로 인해 한국 언론들은 최근 중국에서 한국 영화, 드라마 및 각종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 방송 거절되거나 제작 유보되는 사태에 대해 상당한 주위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들이 북경(北京)-중국 정부-에서 시작되었음을 직감하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하나 같이 중국 정부가 한국이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고,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대한 보복행위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상은 중국 언론기관 종사자들로부터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중국 내 일부 지역 방송국에서는 일찍이 정부 관련 기관의 구두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제작 회사의 진술과 일치한다. 비록 공식 문서를 통해 금지령(禁令)을 받아 보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중국 내 방영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으며, 이미 한국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정지한 상태이다.’
  ‘有报道援引消息人士的话说,已有地方电视台收到管理部门官员的相关口头指示,还有娱乐制作公司表示,虽然尚未接到书面禁令,但它们对韩国娱乐节目在华推广的前景很不看好,已经停接涉及韩剧的业务 (2016年 8月 5日, 环球时报)。’



  중국 언론 관계자들은 한한령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문서도 상부로부터 내려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다. 굳이 국무원(国务院) 직속기구 인 광전총국(国家广播电影电视总局)의 공식 입장이 없더라도 ‘알 사람은 다 알고’, 알아서 ‘해야 할 일은 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의중을 눈치 못 채고 이를 실행치 않는 이들은 어리석은 바보(犯傻)에 비유되고 있다. 중국 방송계, 광고계 그리고 영화계 모든 분야에서 한한령은 공식과 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텐센트 엔터테인먼트(腾讯娱乐)의 방송국, 영화사 그리고 공연제작사 관계자 모두 “(한한령에 대한) 문서를 받아 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는 “(한한령과 관련하여) 올해(2016년) 가장 엄격한 제재조치 중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광전총국은 절대 한한령과 관련된 그 어떠한 문서도 보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광전총국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업계는 상부의 의도를 알고서 자발적으로 한한령을 시행하고 있다. 만일 어리석게 이를 깨닫지 못하고 실행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분명 정치의식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일 것”이다.’

   ‘腾讯娱乐相继致电了电视台、影视公司、演出公司,尽管大家的回复都是“没有收到文件,也不知道具体细则”,但业内人士J先生向记者分析:“这是近年来限制政策中最严厉的一次,首先总局绝对不会发关于限韩的文,但是总局的态度已经在多次会议中明确了,涉及行业都会非常自觉并心领神会地执行,如果真的有人犯傻不执行,只能说政治觉悟不高” (2016年 11月 21日, 中国青年报)。’ 




  한한령에 대한 중국의 공식입장

  그렇다면 실제 정부의 공식입장은 어떠할까? 한한령에 대해 중국의 공식입장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작년(2016년) 11월 21일이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겅슈앙(耿爽)은 연례(例行) 기자회동 중 한 기자에 의해 한한령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한한령에 대해 들어본 적 없으며, 한중 간 문화교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덧붙여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민중의 입장과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문: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국 측의 한한령에 대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각 지역 방송국에 한국 광고모델이 출연한 광고를 방송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해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중국 측의 이러한 조치가 사드와 관계가 있는가?
   답: 우선 나는 소위 말하는 한한령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다음으로 중국 측은 줄곧 한중 간 인문교류(人文交流)에 대한 적극적 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이 양국 간 인문교류는 국민의 뜻(民意)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측은 줄곧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고자 하는 사드 미사일 체계를 반대해 왔다. 이러한 입장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 민중 역시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관계자들 모두 이러한 중국 내 불만 정서를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问:据报道,近日中方限韩令不断升级,中国政府要求各家电视台不得播出由韩国明星代言的广告。你能否证实?你对此有何评论?中方此举是否与萨德有关? 

  答:首先,我没有听说所谓的限韩令。第二,中方对中韩之间的人文交流一直持积极态度。但相信大家也能理解,两国之间的人文交流是需要有民意基础的。第三,中方坚决反对美国在韩国部署萨德反导系统,这一立场也是众所周知的。中国民众也对此表达了不满,相信有关方面应该注意到了这种情绪( 2016年 11月 21日, 人民日报)。’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첫째 중국 정부는 한한령 인지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아주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그리고 둘째 한한령의 근거가 민중이 원치 않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결과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양국 간 문화교류의 활성화 정도는 국민의 뜻에 기초하고 있으며, 현재 이들 민중의 뜻은 한국 내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 문화를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와 당(党)은 한한령과 관련하여 본인들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일 한한령이 중국 내에서 시행되고 있다면, 이는 중국 정부의 한국 문화에 대한 제재조치가 아닌 민중의 선택이고, 이들의 시대적 요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한령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

  최근 중국 내 광풍(狂風) 같이 일었던 한류(韩流)는 현재 한류(寒流)에 휩싸여 있다. 한중 양국 간 문화교류 역시 냉혹한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지금이다. 이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무역산업은 새로운 활로를 살펴야 할지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중국 관광객은 새로운 관광지를 찾아 나선지 오래이다. 2013년 10월 관광객과 관광업자 모두의 합법적 권익 보호 및 중국 내수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여행법(中华人民共和国旅游法)이 시행되었다. 그 이후 중국인은 더 이상 값싸고 쉬운 여행객으로 평가 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다 한한령이라는 큰 난관이 발생하여 이들 중국인을 매개로 한 한국 내 관광업, 피부/미용업, 의료업 등 제반 산업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항공에 대한 중국 공항 이용이 거절되고, 한국인에 대한 합당치 않은 비자거절 사례도 쉽게 묵과해 버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국민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반한(反韓)을 넘어 혐한(嫌韓)으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지금이다.

  한한령 시행은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의 그 서막임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부정(否定)은 대외적 답변에 불과하다. 중국 언론보도는 물론 각종 댓글, 온라인 게시판을 살펴보아도 중국 내 한류에 대한 금지령(韩流禁制令)이 이미 기정사실화되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의 이에 대한 대처방안은 분명하다. 우선 사드 배치의 당위성 및 필요성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이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먼저 중국과 러시아에 대화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서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 평화에 득이 될 가능성을 강조하고, 우리가 걱정하는 국가 안보만큼 이들의 국가 안보를 존중하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미국의 일방적 개입이 아닌 우방국 간 군사협조임을 강조할 필요도 있다.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 내 패권경쟁으로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중 간 외교 문제에서 무엇보다 중국의 대응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즉 현재 발생한 단발성 이벤트(event)인 사드 문제가 아닌 중국(中国)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 간 사드 문제에서 중국은 이를 국가가 개입된 경제행위로 풀어가고 있다. 양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자유무역 시장경쟁 체제에 당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시장경쟁(社会主义市场经济)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독특한 ‘시장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의 행정행위(行政行为)는 언제나 후자의 시장행위(市场行为)에 우선한다. 즉 법률에 근거한 행정행위와 시장원리에 근거한 시장행위 간 충돌에서 늘 전자의 행정행위가 우선시 된다. 외교 문제에서 행정행위는 국가안보(国家安全)와 국가이익(国家利益)을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하여 시장행위 상의 보복이 나타나고 있다지만, 그 이면에는 행정행위의 수단으로써 시장행위가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한한령을 지워내기 위한 한국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지금이다. 한한령과 사드 간 밀접한 상관관계가 증명되었다면, 장기적 대처방안을 위해 함께 고민할 때이다. 무엇보다 당사국인 중국을 알아 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 말미에 강조하고 싶은 점이 하나 있다면, 중국 관련 다양한 분야의 언어자료를 접하되 영미권 국가의 해석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영미권 국가에서 오랜 시간 지내온 중국학자의 언어자료도 해당된다. 또한 근 1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중국알기’가 성과로 나타나려면 더 이상 중국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에서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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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욱

現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제주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하고 中 우한(武汉)대학교 문화간 커뮤니케이션/비교언론학 박사학위 취득(2012). 제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2012-현재), 최근 연구로 "중국 신문보도에 나타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논란의 네트워크 텍스트 분석", "중국인의 온라인에서의 의견표명 행위 실증연구", "중국의 한국 신문보도 인용상의 문제점 논의-북핵 6자회담 신문보도에 나타난 노이즈 형태를 중심으로"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중국의 담론 연구(2015)』, 『중국인의 체면(2014)』, 『중국 신문업집단(2014)』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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